2020. 10. 13. 12:56ㆍ시사 트래커
우리의 조부모세대는 모두가 가난했다. 그리고 대부분 가난하게 살아가다 죽는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대부분 가난했다. 그러나 대박을 친 사람도 있고 그대로 가난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우리 세대는 태어나보니 부모 만난 거에 따라 사는게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고 대부분 그대로 살아간다.
우리 부모세대는 사회에서 엄청난 격차를 느꼈다.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부와 삶의 질의 차이를 가져오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가령,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고시에 패스하면 순식간에 권력자가 되고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이런건 좀 낫다. 본인이 노력해서 한 거니까.
가장 박탈감을 주는 건 이런 사례이렷다.
김 씨와 이 씨는 불알친구다. 둘은 깡촌 산골마을에서 살았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간신히 초중고를 졸업했다. 둘 다 대학은 못갔지만, 서울로 상경해서 피나는 노력 끝에 가정을 꾸렸다.
차이가 있다면 김 씨는 강북에, 이 씨는 강남에 살았다는 것. 이 씨는 수십억대 부자가 되었고, 김 씨는 여전히 서민이다.
김 씨는 분노가 치민다.
제기랄. 내가 뭘 잘못한거냐? 난 아둥바둥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김 씨는 어떻게든 내 자식은 떵떵거리며 살게 해 주고 싶다. (본인이 자식 덕에 떵떵거리고 싶은 거일지도) 어쨌든 그래서 없는 돈을 털어서 공부시켜 자식을 서울대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이 씨처럼 돈을 벌 방법은 알지도 못하고 찾을 수도 없으니 남은 것은 자식들을 공부시켜서 신분상승 시키는 것뿐이다.
결국 김 씨의 자식은 10대를 국영수 공부에 바친다. 다수는 그럼에도 입시에 실패하지만, 운도 재능도 따라주어 김 씨의 자식이 결국 서울대 연고대에 갔다고 치자.
무엇이 달라지는가?
선진국은 사회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 계층이동성이 크다는 것은 역으로 사회가 안정화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한국은 이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고, 대학이나 고시 합격 정도로는 정해진 신분에서 크게 변화를 주기 어렵다.
개천용이 안나는 사회라고 다들 비난하고 절망하지만, 어쩔 수 없다. 경제성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아마 김 씨의 손자 세대정도 되면 박탈감이 덜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씨의 자식은 너무나도 불행해한다. 청춘의 태반을 '신분상승'을 위해 바쳤으나, 그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왜 우리 부모는 부동산 투기를 못했을까. 왜 우리 부모는 저렇게 가난하고 무식할까. 원망하고 분노한다.
부모를 비교하다 지치니 이제 자기 자신을 비교한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끝물같은 변동성. 그것이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
"로스쿨 1기때 꿀빤 사시장수생 김연돌 있지? 지금 김앤장 갔다더라. 아... 나도 로스쿨 갈걸"
"김세순이 비트코인으로 대박났다던데? 아무생각없이 1억 박아놨다가 지금은... 말도 마라. 부러워 죽겠어"
우리, 혹시 김 씨의 자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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