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9. 22:59ㆍ시사 트래커
요즘 티빙에서 방영중인 일타스캔들을 봤습니다.
유명한 일타강사인 정경호와 반찬가게 사장인 전도연의 썸을 다룬 드라마인데요.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여 푹 빠져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일타스캔들이 아닌 일타강사로 검색한다더라
우리 삶 속에 일타강사라는 단어가 얼마나 강하게 박혀 있는지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일타강사로 검색한다고 합니다.
이 포스팅을 읽은 여러분도 분명 그러실 테구요.
자, 오늘 방영한 6회분을 아직 못봤는데 조금 있다가 보구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일타스캔들 드라마'의 몇가지 정교한 설정에 대해 제 소감을 다뤄보려 합니다.
그러니까 드라마 작가의 시점에서 왜 이런식의 설정으로 시나리오를 썼는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써 보려 합니다.
완벽한 남자 이지만 결함이 있다.
극중에 정경호는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스타강사이지만,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찬가게 하는 전도연이 하는 음식이 아니면 전부 구토해 버리는 식인데요.
이 설정은 근근히 살아가는 전도연과 정경호가 서로 언밸런스한 연애가치를 지녔음에도 만남이 가능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됩니다.
드라마라는게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작품이기 때문에, 평범한 여자가 고등급 남성을 만나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런데 현실속에 존재하는 재벌집, 부자집, 명문가의 젊은 남자들은 외적/내적 '결함'이라는게 있을 가능성이 극도로 낮죠.
결함이라는 것은 일종의 어릴적, 성장기의 상처과 결핍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가난한 집안의 남자가 가질 확률이 높은 것이지 유복한 집안의 남자는 오히려 사랑을 받고 부족한게 없이 컸기 때문에 성격적으로도 완만하고 행복을 느끼며 잘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래서는 드라마가 안됩니다.
남자가 결함이 있어야 평범한 여자도 그 남자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 지점을 치유해 주면서 연애가 성사되게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에서 남자에게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강제로 부여하게 됩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는데 하필 그 때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남자가 비를 보면 벌벌 떠는 클리셰가 가장 흔하죠.
'비를 무서워 하는 남자'
이런 흔한 설정을 탈피하기 위해 음식이라는 설정을 가져온 것이며, 이 때문에 전도연을 반찬가게 사장이라는 설정을 붙인 것입니다.
여자주인공의 나이가 많이 높아졌다.
극 중 남행선으로 나오는 전도연은 대놓고 나이가 나온 적은 없지만,
언니의 딸인 남해이가 등장할 때부터 고3으로 성장할 때까지 키운 것으로 추산해 보자면, 대락 30대 중분으로 보입니다.
34세~38세 사이 정도로 추산이 가능한데,
왜 그러냐 하면 전도연이 국가대표로 있던 때를 20살로 잡고 어린 남해이가 5살 쯤 등장했다고 가정하면,
그 정도 나이가 되야 남해이가 고3이 되는게 맞기 때문이죠.
일단 드라마에서 여자의 나이는 그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연령 및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2005년 방영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은 노처녀로 놀림받는 역할인데 나이가 무려 '30살' 에 불과합니다.
30살이라...
이것만 봐도 나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부여한 상대적 개념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죠.
한마디로 30대 중반의 미혼여성이 과거에 비해 몹시 높아진 사회상을 반영하여 남행선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죠.
이 드라마를 통해 로맨스에 대해 대리만족을 원하는 시청자들 또한 30대 여성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결과입니다.
여자주인공이 늦은 나이까지 연애나 결혼을 못한데는 이유가 있다.
극 중 남행선은 20살 정도의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의 반찬가게를 물려받아 동분서주 하며 삶을 살아갑니다.
낳지도 않은 남해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를 돌봐야 하고, 선천적으로 자폐를 가진 동생인 남재우 역시 돌봐야 하는 무거운 짐이 남행선에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이 넘도록 연애나 결혼은 꿈도 못꾸고 인생을 살았죠.
치열하게 말이죠.
이 설정이 뜻하는 바는 이 드라마의 시청층은 30대 여성, 40대 여성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네가 나이를 먹고도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다. 너는 충분히 이유가 있었고, 잘 해왔다.'
현실에 불안감을 느낄 시청자에게 일종의 위로를 담은 것이죠.
사람에겐 누구나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 드라마의 스토리가 뭐가 되었든 사람의 정신이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합리화가 가능한 정보를 찾기 마련이죠.
바로 이를 충족시켜 주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설정입니다.
남자주인공은 일에는 프로이지만 바쁘게 사느라 연애를 못했고 아직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
극 중 최치열로 나오는 정경호는 일만하느라 애초에 자신의 삶 이외에는 생각지도 않던 남자입니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의 남자주인공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애/결혼시장에서는 대단한 고등급 남성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연애경험 자체는 없다시피 하여 여자가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순정남 계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자들은 사회적 성공과 돈, 외모를 갖춘 높은 등급의 남자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만을 위해주고 따뜻하고 가정만을 알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지 않을 순정남을 원합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 두가지 개념이 상호모순되는 점이 있어 실존하기 어려운 남성상입니다.
왜냐하면 누가봐도 고등급의 남자라면 살아오는 동안 모든 여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먼저 연락하고, 고백하는 등 연애사가 쉽게 풀렸을 가능성으 높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에 걸맞는 이기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만큼 착합니다.
필요한 만큼 배려심이 있는 것이구요.
여자에게 배려하고 위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줄 유인이 없는 남자들은 물론 그렇게(나쁜남자) 행동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상호공존이 힘든 이 두가지 남성상을 뒤섞어 남자주인공을 짜넣는데 바로 이 정경호가 이런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죠.
일타스캔들 시청율이 9.1%까지 올라왔네요.
쭉 흥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즐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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