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의 취중 인사이트

2022. 9. 1. 20:01시사 트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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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회계법인 · 불*******

다사다난한 8월 마감 기념으로 연차쓰고 의식의 흐름대로 다시 똥글쓰러왔읍니다...

오늘은 고생한 나를 위해 노브랜드에서 파는 9천원짜리 스파클링와인으로...갑자기 그사이에 부자된건 아니고 이게 만천원 편맥4캔보다 가성비좋은거같아서... 와이프가 담가놓은 뿌리채소피클 안주로 조질예정.

1.

대충 손가락 3번정도 스크롤 했는데 여기는 자기집 아닌거가지고 항상 사이버전쟁하는거같아서 흐뭇하다. 적폐 투기꾼 영끌러(?) 인 내 현황은... 8월 중에 반전세 계약 새로 하나 하고, 폭우때 피해입은 썩빌 벽지 새로해드리느라 복비랑 사람쓴거 해서 한달치월급 넘는 돈이 사라졌다.

시세가 얼마니 얼마 올랐니 내렸니 하는 썰풀때가 편했지 실제 지갑에서 돈나가면 진짜 빡친다

서초 제네시스좌 짤 보면서 낄낄대다가 임차인 사진보내온거 다시보고 울먹이다가 며칠을 그래 했으니 엉덩이에 털 수북해졌을듯

2.

11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아파트 전세 가지고 지난주에 덕방에서 전화가 왔다. 전세 6억에서 1.5억을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제안인데... (은근슬쩍 5% 인상은 없는걸로 깔고들어가는듯ㅋㅋ) 기준금리가 뻑하면 바뀌니까 부랴부랴 찾아봤는데 계갱시 전월세전환율이 4.5%인거같고 전세금 1.5억을 빼면 월세가 연간 675만원 추가되는 셈. 문제는 내가 이걸 받게되면 임대소득 2천만원을 초과해서 세율이 분리과세 15.4%-> 종합과세 41.8%가 되기때문에 세후소득은 엄청 손해라는거. 결국 나라시가 났구요...

비슷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엄마는 연금소득자인데 이번에 건보료 개정에 따라 소득기준이 3,400만->2,000만으로 내려오면서 건보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 아마 올해 9월부터는 건보료를 매년 내시게 되겠지. 이전에도 느꼈지만 점점 세금, 이자, 규제, 제도가 촘촘해서 어정쩡하게 돈 좀 벌고 조금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는거같다.

3.

대출은 진짜 이해가 안된다. 재작년에 투자 한창 할때까지만 해도 신용대출조차 연봉 범위로 제한하더니, 토스에서 이번에 조회해보니까 연봉의 두배도 넘게 신용대출을 해준다고 한다. (이자율은 5%정도 나오더라) 같은 은행에서 시차를 두고 다른말하는건 아니니까 뭐라 할수는 없는데 이건 뭐... 멕이는것도 아니고

4.

주식은 존나 떨어지는데 환율은 오르다 보니 2번과 비슷한 상황이 주식에서도 생겼다. (이것도 한참 정신못차리다가 8월 중순에 인지함) 마음속에서 대략 1달러=1100원 정도로 생각하고 연간 배당을 1700만원 정도로 맞춰놨었는데 요새 환율로 환산해보니 잘못하면 2천만원을 넘어서 기말까지 가면 경우에 따라서는 종합과세 쳐맞을 일이 발생할거같다. 주로 월/분기배당주이고, 원체 매도를 안하는데다가 요새 장까지 안좋으니 결국 답은 와이프계좌로 대체출고하고 증여처리하는건데, 어렵고 복잡하고 이런걸 떠나서 이짓거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존나 짜증난다.

소주한병 오천원돈 하는 나라에서 과세기준액 연 2천이 말이되는건가? 라는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30대일때 말고 나중에 506070살 돼서 이런식으로 제도와 시스템에 기민하게 대응할수 있을까? 법령, 제도, 규제 이런거 잘 모르는 노인들이 구청에와서 진상피우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나랑 전혀 무관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 무서워.

사실 미주만 사지말고 엔화 쌀때 3234를 더 많이 샀으면 훨씬 나았을텐데. 죽은자식 뭐만지기임.

5.

여기서는 영끌러와 무주택자가 가열차게 싸우는데(대세는 시간대마다 다른거같다), 평생 무소유+노동으로만 살 생각이 있지 않는 한 결국 어떤형태로든 자산시장에 참가할수밖에 없다... 아니 참가를 강제당하게 되어있다.

다들 노후에 폐지줍기... 아니 좀 현실적으로 경비나 식당아줌마로 살 계획은 없을텐데 그렇다면 이르든 빠르든 결국 몸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시기에 뭔가 잘 해서 20,30년뒤에 관절 오도독거리는 소리 덜 내고 살 수 있게 대비를 해야하는게 중요한것 같다. 지금 당장 부동산 사라/팔라는 이야기 하고싶은건 아니니 급발진마시고... 암튼 나중에 자식 결혼할때 꼴랑 몇천만원 주면서 이래라저래라 생색내는 한심한 애비나, 부모님 큰병앞에서 돈때문에 전전긍긍하는 호로자제분이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애써야 하는건 분명하다.

먼 바다에 나가면 풍랑을 만날수도 풍어를 올릴수도 있고 이건 배를 모는 이상 숙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독 이 게시판에서는 바닷물에 발도 안담가본 사람 or 갓 출항한 사람들이 육지항구에 언저리에 옹기종기 모여서 자꾸 원양의 날씨와 어획고를 점쳐봤자... 호승심 채우는거 말고 실익이 있나 싶다..

6.

디아2때문에 중학생때 방황한 기억을 돌아보면 원래 메타라는게 뻑하면 바뀐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바바>소서>아마존>팔라딘 뭐 이런 순서였던거같다. 이런 종류의 롤플레잉게임이 그렇듯 자기 캐릭터가 대세라고 존나 주장하면서 다른 캐릭터를 까는게 일종의 민속놀이이자 인간의 본성이기도 한데, 정작 창고에 조단링 이빠이 들고있던 애들은 그냥 바바도 돌리면서 소서도 키우고 아마존도 쏘고 하면서 메타 따라 바꿔서 게임 하더라.

7.

회사에서 4명이 차를 타고 지방갈일이 있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막내가 "저는 성과급 받은걸로 아버지 **년 된 차 바꿔드릴거에요! 이제 효도해야지요"라고 이야기하더라. 그 차를 운전하던 윗 선임의 어코드는 그 친구 아버지가 합격기념으로 사준거고.

뒷좌석에 있던 나와 내 부사수는 몇초 멍때리다가 "야 너는 막내좀 본받아라 백날천날 월급 허투루쓰지말고 ㅋㅋ"라고 운전대를 잡은 막내 바로 윗선임에게 꼽을 줬지만, 그게 비난이 아니고 부러움의 표현임을 모르는 사람은 그 차 안에 없었겠지...

효도를 해야만 하는 사람과 효도를 할 필요 없는 사람이 몇 초만에 나뉘는건 슬픈 일이다. 우리는 같은 회사에서 회계사 명함을 달고, 출장지에서 같은 팀이니 뭐니 하면서 얼큰하게 취하기도 했지만, 퇴근하고 나서는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도곡동과 화곡동으로, 30층 아파트와 3층 빌라로, 중형차와 5호선으로 각각.

8.

집값이 떨어지고 이런게 문제가 아니라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는 느낌이다. 뼛속까지 김치코리안이라 세상 만물을 KRW로 환산해서 평가하는데에 익숙한데, 사실 물물교환경제를 기준으로 보면 내 월급은 하수구에 처박힌게 맞다. 지금 먹는 와인만 해도 몇달전에 7천원대였는데 9천원된거다. 장바구니물가든 기름값이든 이자든 다 존나 올랐다. 내가 몸을 팔아서 벌어오는 돈으로 할 수 있는일들의 범위가 점점 작아진다. 근데 이것말고는 재주가 없어서 (정확히는 이것보다 더 효율 좋고 투입대비 산출이 확실한 인컴 소스가 없어서) 이걸 계속해야 하는 처지가 마치 갈 곳 없는 늙은 창부랑 같다.

처음에는 직장을 구하기만 하면 다 해결될거같았고, 내집하나 마련하면 더이상 바랄게 없을거 같았고, 불로소득이 좀 생기면 진짜 완전 좋을거같았는데 다 개소리다. 내가 유독 욕심쟁이인건가 싶지만 만약 나만 그런거고 다들 안분지족을 잘 하면 지구상에 전쟁과 종교는 생겨나지 않았겠지.

이래서 나이먹으면 인생무상 불교 찾고 뭐 그러는건가? 하지만 스님되면 술이랑 고기를 못먹잖아...

와인 다먹어서 개소리 딱끊고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날씨가 참으로 좋네여

술깨면 지울게요 징징거려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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