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도태와 투자의 도태

2022. 8. 25. 22:02돈맥과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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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장에서 밀려난 남자들이 자조적인 느낌인지 허탈함의 표현인지 '나는 도태남이다' 라는 표현을 쓴다.

과거와 다른점은 이런 남자들은 이미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더 이상 도태라는 단어가 네가티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요상하다.

도태 Complete

나는 어찌어찌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렸지만, 20대 시절 연애시장에서 꽤나 고전해 봤기에 도태남들이 그 단계까지 도달하며 느낀 희노애락에 대해 미루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게 속칭 죽음의 5단계와 비슷한 단계를 거치는데

한편으론 부동산 시장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이를 한데 묶어 포스팅을 작성한다.

1. 부정이다

남자는 여사친에게 고백을 하고 차인다. 소개팅을 하고 에프터가 안된다. 여후배와 영화도 보고 했는데 후배는 잘생긴 선배와 갑자기 사귀고 연락이 끊긴다. 

남자는 스스로의 시장가치가 이렇게 낮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고픈 마음이 든다. 그럴리 없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던 거야.

***

지인의 소식을 듣는다. 아파트 갭투자를 여러개 해서 10억을 벌었다더라. 누군 재개발을 싸게 사서 시가 20억 짜리 한강변 아파트 입주권을 가졌다더라. 누군 GTX 역 바로 옆 신축에 분양이 되서 15억 한방에 먹었다더라.

A군은 말도 안되는 부동산 투자 이야기에 정신이 혼미하다. 1년에 허리띠 졸라매고 3천만원 모은다. 그럴리 없다. 세금 다 떼면 남는 것도 없을거다. 헛소문에 과장된 건 지도 몰라. 그래 그럴거야.

2. 분노다.

왜 나란 남자를 알아봐 주지 않는거지? 내가 얼마나 착하고 다정한데. 왜 그런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껄렁한 놈들만 연애하고 왜 난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지? 흥! 진짜 좋은 남자를 모르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 돈 좀 있고 잘생긴 놈들만 좋아하는 그깟 년들 나도 싫다 이거야.

남자는 번번히 연애도전이 실패하자 여자들의 남자보는 눈에 분노하고 그 화살을 여자에게 돌린다.

***

신성한 노동으로 돈을 벌어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집을 가지고 투기하다니 이런 썩을 것들. 그런 투기가 나라를 망친다는걸 모르는 건가. 그렇게 불로소득이나 먹는 투기꾼들은 다 나가죽어야되.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A군은 주변인들의 부동산 투자성과가 팩트임을 확인하자 정직한 자신과는 다르게 반칙을 쓰는 투기꾼들(지인들)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3. 협상이다.

그래도 나를 좋아해주는 하나의 여성은 있을거야. 짚신도 짝이 있다잖아, 내 성격과 외모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왜 없겠어.

남자는 분노했지만 현실은 변화하지 않았고, 결국 그 많은 여자 중에 한 명쯤은 나를 좋아해 줄 것이다는 소극적 협상에 도달한다.

***

A군은 계속 오르는 아파트 가격에 멘탈이 나갔다. 투기꾼들 처럼은 아니라도 실거주 1주택은 있어야 할 것리 아닌가? 그런데 이게 대체 대한민국의 직장인이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미친 집값이라 탓해봤자 호가는 오르기만 한다.

A군은 마침내 제발 막차라도 타게 일시조정이나 급매물이 나타나길 소원한다

4. 우울이다.

남자는 공부도, 알바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는 내가 특별한 존재라 했는데 나를 특별히 여겨주는 여자는 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남자의 마음 속에는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이 났다. 외모나 능력이나 내새울 것 없는데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를 좋아할 리가 없다는 것을

***

벼락거지다. 막차는 커녕 택시도 못탔다. 직장 동기들은 이미 몇 채씩 가진 놈들도 많고 이미 자산격차가 넘사벽이다. 하루하루 직장일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부동산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

A군은 울적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원망감은 들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그보다 빨리 생존하기 위해 움직인 사람일 뿐이다. 그저 본인이 느린게 잘못일 뿐.

5. 수용이다.

마음이 편안하다. 어차피 비혼이 대세이기도 하고 나 혼자 사는게 마음 편할 수도 있다. 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어가지로 결혼하느니 내 삶을 온전히 즐기는게 더 나은 선택이다.

남자의 정신은 지쳤다. 그래서 차분함과 평안함을 찾는다. 연애시장에서 도태되었음을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의미있는 다른 것을 위해 살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

투자는 나의 영역이 아니다. 나는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 투기판에 끼느니 임원이 되어 사회적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내게는 더 맞다. 그러나 이 말도안되는 버블이 혹시나 붕괴한다면 미래에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A군은 고점에 부동산을 잡아 평생 빚쟁이로 사느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직장인의 본업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결국 고민으로 시간만 낭비했을 뿐 한 채라도 매수한 경험을 쌓진 못한다.


연애시장에서 도태된 남자.

투자시장에서 도태된 일반인.

심리묘사를 통해 단계별로 전개해 봤다.

좀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이제 이 포스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겠다.

연애시장에서 승리자가 되려면 그 시장의 룰에 맞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

외모를 가꾸고 돈과 능력을 키우고, 여자와의 만남을 즐겁게 이끌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원망과 좌절은 아무 이득도 만들어 주지 못한다.

또,

투자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면,

철저히 시장논리에 맞춰 가치판단을 해야한다.

갭투자 같은 투자기법에 선악과 같은 도덕론을 개입시키면 안된다는 뜻이다.

그곳의 룰은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아내는 투자법을 적재적소에 적용하여 부를 증식하는데 있다.

게임의 룰이 그런데 나라탓 본인탓은 뭐하러 하나.

모든 시장은 그 룰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자가 결국 승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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