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어묵에게서, 30대 영끌족들에게_삼호어묵님 글 퍼옴

2020. 10. 17. 15:18돈맥과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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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기서 30대라고 한 것은

​글자 그대로 꼭 30대는 아니고

​최근 영끌매수를 하고 있다며

​정부에게서 공식 바보 취급을 받은,

​'30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를 말함입니다

​그 중에는 20대도 40대도 있겠지요.

​집을 사는데 영끌을 했다는 건 대부분이 흙수저들일 겁니다.

​(실제로는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겠으나

​편의상 금수저 / 흙수저로 아주 거칠게 나눠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금수저한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건 늘 저같은 흙수저들입니다

​맨주먹으로 이 험한 세상 살아간다는 게

​그 와중에 뭐든지 하나 이뤄낸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시리즈 전에 이 카페에 쓰던 글도

​흙수저 관련글이었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저 같은 흙수저들 중에 아직 눈치가 느린 사람이 있거든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이지

​솔직히 금수저 분들이야 보든말든 깨우치든 말든입니다

​까짓거 정신 좀 못 차리고 집 좀 못 사면 어떻습니까?

​비빌 언덕이 있는데....

​​재드래곤이 달님앞에서 아양떠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물론 금수저들의 인생도 나름의 애환도 있겠고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고 그렇겠지요

​하지만 흙수저들과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막말로 똑같이 실직을 했거나 사업을 말아먹었더라도

​카페 하나쯤 차려줄 부모가 있는 사람과

​소주 두병 까고 한강 가야 하는 사람은

​인생살이의 난도가 같을 수 없습니다

가끔 금수저의 부모님 중에서도 강하게 키우려는 분들이 계셔서

​딱히 금전적으로 물려주지 않는 케이스도 있지만

​최소한 그 자식들에게는

​여태 살아오며 물려받은 무형의 자산이 있을 겁니다

​본인의 부모님이 부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는지

어떤 식으로 부를 이루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대출을 이용하는지 등등

​여러가지 좋은 것들을 보고 배웠겠지요

​물론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을거고요

​하다 못해 자란 동네 덕이라도 봤을 겁니다

사람은 정말 귀신같이 자기가 평생 살던 동네

​혹은 오래 살던 동네에 집을 사게 됩디다

​몇년 전

​웬만한 사람들은 대출끼고 혹은 전세끼고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었던 때

​강남에서 태어나 평생 자라서 별생각없이 강남에 집 산 사람과

​변두리에서 태어나 평생 자라서 별생각없이 변두리에 집 산 사람이

​지금 얼마만한 차이가 났는지는

​굳이 얘기 안해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이런 게 바로 금수저의 치트키

​무형의 자산이지요

흙수저는 부모에게서 이 무형의 자산을 못 물려받는 것도 서러운데

​심지어 부모의 제로에 가까운 금전감각까지 물려받습니다

​사실은 이쪽이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가난도 DNA와 같아서 유전이 됩니다

사람은 무서울 정도로

​자기가 보고 자란 바대로 행동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극복해내고

​열심히 살다 못해 내 집까지 샀다는 건

​내 대에서 유전자 혁명을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덕에 집 샀다고 몇 분이 고맙다고 하시는데

​사실상 그건 본인 덕이지 제 덕분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삼호어묵만 있는게 아니라

​라@@@@@도 있고

​한자리 하고 계신 장관님 대통령님도 계신데

그 잘난 사람들 다 놔두고

​굳이 밥하다 뛰쳐나온 아줌마라는 제 말을 들었지 않습니까?

​제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는 거 자체가

​본인이 이미 싹이 있는 사람인 겁니다

애초에 장관이란 사람이

​대놓고 기회 줄 때 파시라 협박을 하는데

​웬만한 강심장은 집 사기 힘듭니다

​김광규 씨 같은 사람이 정상이라 이 얘기입니다

김현미 장관께서는

​'30대들이 영끌로 비싸게 사서 안타깝다'고 일갈하셨는데

​물론 여기서 안타깝다고 한 건

​30대가 빚을 많이 져서 안타깝다는 게 아니라

​30대 니들이 사는 바람에 집값이 안 떨어진 게 안타깝다는 거지요

​이 정도는 이제 찰떡같이 알아듣도록 합시다

​어쨌든 30대가 영끌해서 집 샀다는 글들마다 대부분

​각자의 인생사가 쓰여 있는데

​하나하나 마음아프고 또 공감가는 사연들이지만

​사실 개개인의 상황은 읽지 않아도 웬만큼 짐작이 갑니다.

1. 흙수저다.

2. 집을 샀다.

이 심플한 여덟 글자 사이에 축약된

​그 수많은 사연과 눈물과 한숨들을

​보지 않아도 다 짐작이 가는 것은

​저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제 책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에 대한 기사가 모 언론에서 났는데

​문제는 이 기사가 다음(daum)쪽에 메인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댓글로 천개 넘게 욕을 얻어먹었습니다

그 기사에 인용된 책의 문구 때문에 특히 이 소리를 많이 들었네요

​'얼마나 인생 자랑할 게 없으면 겨우 집 산 게 트로피냐?'

고등학교 때 세 남매가 나란히 단칸방에서 살던 시절에

​그나마도 천장에 구멍이 나서 빗물이 새서

​그 와중에 가운데다 양동이를 받쳐놓고 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내가 내 자식을

​방이 네 개씩이나 되는 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어린 내 자식한테 준 방이

그 시절 다 큰 남매 셋이서 옹기종기 자던 방의 두 배는 넓은데

​이게 어떻게 트로피가 아닐 수 있습니까?

백억 벌고 천억 벌고

​장관이니 국회의원이니

​거하게 한자리 해먹어야만 트로피가 아닙니다

​이 정도만 해도 저한테는 훌륭한 트로피입니다

물론 집 한채 마련했다 해서 게임 끝난 게 아닙니다

​거의 평생에 걸쳐 갚아나가야 하는 부채가 생겼고

​혹 집값이 올라 봐야 실질소득과는 하등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세금만 늘어나기에 허리띠는 더 졸라매야 합니다

​그래서 흙수저들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니 뭐니 해서

​이번 추석때 보너스 제대로 안나온 회사가 훨씬 많겠지만

​그렇다고 명절이 피해가는 것이 아니기에

​부담들이 컸을 겁니다

추석때 집에 들고 가는 봉투 하나에도 얼마를 넣을까

​고민을 백번씩 하고

​추석 지나면 허리띠 졸라매야겠구나 한숨들 지으셨겠죠

​참 흙수저라는게 웃깁니다 ㅋㅋㅋㅋ

받은 건 없는데 나갈건 진짜 더럽게도 많잖아요

​같은 흙수저들끼리는 다 이해할겁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애초에 부모 덕부터 못 본 사람들이

​뭐 인생에 대단히 행운이라고 있었느냐?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저도 돌아보면 인생에 참 공짜로 얻은 거라곤 없습니다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람이 살면서 좀 한번쯤은 얻어걸릴 수도 있고

​남의 덕도 볼 수 있고

​좀 묻어갈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근데 그런 일이라곤 없습니다

뭐든 딱 노력한 만큼만이라도 결과가 나오면 다행이고

​하다못해 로또 천원짜리 한번을 못 맞아 본 그런 인생입니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 그 어렵다는 내집마련을

​맨주먹으로 이뤄낸 젊은 영끌족들에게

​저는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장하다고

​크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신용대출까지 끌어서 '영끌로' 샀다고 조롱들을 하는데

​그 신용 어디서 나왔습니까?

​바로 본인이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온 증거입니다

​물려 받은 거 없는 사람이 그나마 자기 힘으로 이뤄낸

​단하나의 보루가 신용대출이라 이거에요

​물론 그것마저 막겠다고 발광을 하고있지만....

 

'포기하면 편해' 라는 말이 있죠

​말마따나 포기하는 게 차라리 더 편했을 수 있습니다

​사다리라는 것이 내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올라가면

​사람이란 그냥 그 자리에서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여기저기 흙더미라도 모아와서 사다리 밑에 받쳐도 보고

​까치발하고 손끝까지 뻗어서 아둥바둥 붙잡아 보고

어떻게든 높이뛰기도 해보고

​그런 거 사실 되게 어렵고 귀찮고 구차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왕 이리 된 거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사다리 이미 붙잡은 놈들 두들겨패서 떨어뜨려 주겠다는 분들에게

​잘한다 이게 정의다

​물개박수 짝짝 쳐주면서 지지하는게 쉬울텐데

​심지어 집이 없으면 자동으로 정의의 편에도 설 수 있는데

​그게 제일 쉬울 수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어렵고 힘들고 불안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바로 30대 영끌족들입니다

요즘 애들은 그게 뭔지도 모른답디다만

​우리는 엄연히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사람들 아니겠어요?

​'포기하는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다'

30대 영끌족 여러분

​그리고 아직 내집 마련을 포기하지 않은 30대 여러분

​당신들은 집값 상승의 주범따위가 아니라

​내 인생 내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입니다

오늘도 대출금을 떠올리며 외식하고 싶은 거 참고

​짜장면 시켜먹고 싶은 거 참고 짜파게티 끓여먹고

​가을에 어울릴만한 립스틱 하나 집어들고 한참 고민하다

​'에이 마스크 쓰는데 뭐

​이 돈으로 대출이나 한푼 더 갚지' 하며

​결국은 내려놓는 여러분께

​진심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ps. 이걸 원래 김현미 장관이 한마디 했을때 써야 했는데

​건강이 너무 안좋아서 대충만 써놓고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올려봅니다


[출처] 삼호어묵에게서, 30대 영끌족들에게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삼호어묵

https://money-tracker.tistory.com/m/148

 

'영끌'이라는 단어가 주는 저릿함 (feat. 삼호어묵님 글에 바쳐)

붇까페 인기 연재되고 있는 삼호어묵님의 명글. 이번 글 역시 "30대 영끌족"의 한 사람으로써,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울컥하며 읽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마음을 후벼파는 글을 쓰시는지... ​ 소위

money-track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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