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회가 무너지는 이유 (펌)

2024. 12. 23. 06:47시사 트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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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야.

항상 공무원 관련글은 인원도 많고 관련된 사람도 많다보니, 개인적으로 적고 싶은 내용을 쉬는날에 한번 써봤어.

최근에 정기인사가 있었는데 우리부서가 격무부서라 같이 근무하던 직원 두명중 한명은 휴직, 한명은 면직 신청을 했어.
올 봄, 부서에 들어온 신규 직원분은 3달을 못채우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셨고.

뭐, 한두사람 그만두고 이직하는게 큰 일은 아니지, 휴직은 더 큰일이 아니라 생각해.
그런데 이런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말이지.

최근, 더 정확히는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직원들의 '공직'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진것 같아.
몇개월에서 수년까지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 부분 시간을 '공무원'이라는 직업에만 쏟아야 하는 공부를 하신 분들임에도, 예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쉽게 '공직'을 포기하고 있어.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팀장님의 조금 이른 명예퇴직 신청과

국장님까지 면담했던 신규직원의 의원면직은 이젠 연가신청마냥 별 문제없이 처리되고 있어.

씁쓸한 일이지.

점점 공직 자체에 의욕을 가지고 들어오는 직원은 적어지고, 공무원이 가진 복리후생만 노리고 오는 사람이 많아지는 느낌이야.

오자마자 육아휴직하고 전문직 준비하는 직원? 이건 너무 흔해서 소문거리도 아니고,
민경채나 공채로  오신 사기업 출신중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건강이 악화되거나 육아문제로 오신분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해. 의욕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민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것 같아.

부처 설명회에서 임용대기자들이 현직들에게 가장 궁금해하는건 무슨 일이 하는지가 아닌 어디가 가장 편한지가 되어버린지 오래야.

블라인드 기준에서는 이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공무원이 가진 복지와 정년보장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대다수의 직장인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이고,

그만두는 직원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MZ세대이거나, 사기업 직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일지도 모르니까.

무엇보다 국가부처도 하나의 회사라면 내가 말한건 회사 내부의 사정이니까 내부에서 알아서 해결해야겠지.
공무원들의 문제지 모두의 문제는 아니니까. 이곳도 개인의 기준에선 결국 월급을 주는 직장에 불과하고, 월급이나 처우가 마음에 안든다면 징징거릴 시간에 이직준비나 하는게 맞겠지. 한때 유행했던 말로 누가 공무원하라고 협박한것도 아니니 말이야.

하지만 이런 문제가 비단 이곳에 소속된 우리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이곳이 회사라면 고객이자 주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나라 국민 전체라고 생각하거든,
우리 모두 세금이라는 투자를 하면서 말이야. (이런 말은 현직에 계신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할수도 있겠다. 나는 우리 모두 직원이면서 투자자라 생각해.)

처음에 언급한 그만둔 직원이 맡았던 일은 국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수년간 준비한 사업중 하나야.
이제 일은 사업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사람이 아닌 주먹구구 식으로 '기준'만 고려하는 직원이 진행하고, 그 성과는 엉뚱한 사업체가 받아갈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 그게 '최선'은 아니지만 '불법'은 아니니까.

와이프가 지역 중학교 교사인데, 요즘 학교 교사들은 교육이라는 자아실현 보단 교사가 가진 워라밸과 복지에 관심이 많다고 해. 흔히 말하는 참교사들은 소송에 휘말리기 일쑤고, 대부분은 학부모들 입맛에 맞게 무난하게 1년을 넘기는데에만 집중한다고 하네.  
아무 사건도 안 일어나게 끔, 행사도 무난하게, 시험도 고등학교 진학에 편하도록 쉽게 출제하고 말이지?
그 결과, 교실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인프라와 투자하는 예산은 많아져도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건 더 복합적인 원인이 겹친 결과겠지만 과연 이게 맞을까 생각이 들때가 많아.

현직자 개인의 입장에서 공직이란 자리는 그저 월급을 주는 직장의 한자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가의 입장에선 한명한명이 정말 소중한 자원이라 생각해.(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첨언하면 직원으로서 개인이 사기업보다 더 우수한 직원이라는 표현이 아닌, 다만 업무의 목적과 방향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들어줬으면 좋겠어.)

블라인드라는 켜뮤니티가 직장인이 중심이고, 그 결과 계량화가 편리한 연봉과 같은 처우에 관해 비교나 이야기가 많은것 같아. 그래서 공무원도 이와 관련된 글이 많아보여. 누군가는 과하다 누군가는 부족하다 싸우면서 말이지.

이글은 단순히 처우나 복지개선을 바라고 쓴 글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외재적 가치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내재적 가치가 유지 될수 있도록 많이 존중해줬으면 바람에 쓴 글이야.

우리가 하는 업무가 민간과 무관하지 않는것처럼, 사기업에 다니는 형들도 우리 사정이 남의 일이라하는 등 너무 나쁜쪽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글이 너무 길어졌네 핸드폰으로 쓴 글이라 퇴고가 어려워서 맞춤법 띄어쓰기는 귀엽게 봐줬으면 좋겠어~ 쓰다보니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것 같기도 하네.

마지막으로
국가, 지방직 공사공단 등 소속과 직급은 차이가 있겠지만, 직급,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지금 이순간도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근무중인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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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만에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릴지 몰랐는데 깜짝놀랐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볼 줄 알았다면 좀 더 잘써볼걸 그랬네.

댓글도 잙 읽었고, 내용도 많이 공감하고 있어
내가 올린 글은 공직사회만 혹은 공직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해서 쓴 글은 아니야. 민간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잘 모르는 영역까지 묶는건 맞지 않다고 봐서 공직에 국한해서 의견을 남겼어.

뚜렷한 대안이 없는 두루뭉실한 호소글이지만, 나 또한 결정권자가 아닌 소속직원으로서 말할 수 있는게 뭔가해서 썻던게 컸던 것 같아.(지도부 지적,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같은 소재는 그 자체로 지지 받을 수 있겠지만, 그랬다면 내가 쓴글을 굳이 읽을만한 이유는 없을거라 생각했어.)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무형의 내재적 가치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명감, 책임감, 배려심과 같은 내재적 가치의 소중함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민간과 공공모두 포함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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