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4. 13:27ㆍ돈맥과 부동산
안녕하세요 삼호어묵입니다
이 제목 달고 이런저런 글 쓰다 보니
가끔 글하고 제목이 좀 거리가 생길 수 있는데
어차피 시리즈니깐 그러려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제목 달고 글을 써야 또 검색해서 보시고 그러더라구요
오늘은 제가 좀 화가 많이 나 있어요
전에 말씀드렸던 그 저희동네 곰탕 전문점 있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식중독 걸려서 동네가 생난리가 났다고 했던...
저는 그 식당 안 갔으니깐 걍 팝콘 먹고 있었죠
근데 집안에 엑스맨이 있었을 줄이야 ㅜㅜㅜㅜ
글쎄 우리집 인간이 거기가서 곰탕먹고 식중독에 걸려온거예요 ㅠㅠㅠ
문제는 저한테까지 식중독균이 옮아가지고 ㅠㅠㅠㅠ
며칠 전부터 저도 십분에 한번씩 화장실 들락거리고
이게 사는게 사는게 아닙니다
그래놓고 우리집 인간
이제와서 배 아파 죽겠다면서
지도 속아서 먹은 죄밖에 없다며 징징거리는데
저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아니 저는 먹지도 않았다고요....!
사장님 얼굴 보자마자 식겁해서 백스텝으로 돌아나왔다고요....!
왜 먹지도 않은 내가 똑같이 이런 고통을 당해야 되는지 ㅠㅠㅠㅠ
아니 지도 변명이랍시고 하는 말이
[사장님 인상이 좋길래 맛있을거 같아서 함 더 믿고 먹어본 죄밖에 없다]는데
도대체 인상 좋은거랑 곰탕맛이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아니 십년전에 분명히 같이 그 가게 곰탕 먹고
드럽게 맛없다고 욕하면서 같이 나와놓고
왜 거길 또 가서 같은 메뉴를 또 먹고 있냐고요!!
으이구 내 팔자야ㅠㅠㅠㅠ
휴 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난주에 저희동네 파시라 아줌마가 화제였어요
알고보니 이 아줌마가 이동네 저동네 다니면서 그러나봐요
붇옹산님도 보셨나 보더라고요
피아노로 쳐주셨는데 멜로디가 딱 그 아줌마가 부르던 그거라 소오름돋았어요
근데 여러분 너무 아줌마 욕들 안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줌마 남편이 그렇게 속을 드글드글 썩여댄다지 뭐예요ㅠㅠㅠ
늘그막에 갑자기 피아노는 왜 배웠겠어요
다 마음이 허해서 그런거지......
그니까 원인제공은 다 그 아저씨가 하는데도
동네 시끄럽게 한다고 온갖 욕은 아줌마가 다 얻어먹어요 ㅠㅠ
심지어 동네사람들 몇몇은
저런 여자 데리고 사는 아저씨가 불쌍하다면서
빨리 이혼하고 아줌마 내치라고까지.....ㅜㅜㅜㅜ
에효 누가 그 아줌마 속을 알겠어요.....
자 저희 동네 소식은 이쯤 해두고요
지난편엔가 지지난편엔가 리플에 울분을 토하면서
다주택자들보고 악마같다고 하신분이 계세요
그래서 오늘은 한번 악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과연 누가 악마인가
악마는 누구인가
굳이 한나 아렌트가 어쩌고 들먹이지 않아도요
악마는 여러분 생각보다 훨씬 평범한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뭐 여러분도 악마가 뿔달리고 눈알이 시뻘걸거라고까진 생각을 안할거구요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에 현실에 존재하는 악마는
개기름 흐르는 얼굴에
좋은 양복 갖춰 입고 금뱃지 달고
왠지 느낌적인 느낌상 통합당 의원일거 같이 생긴 아재들이
왜색창연한 밀실에 모여서 사시미 한 점 하면서
"개돼지들" 운운해가며
"진행시켜" 할 것 같이 상상한다는거예요
아닙니다
악은 사실 그것보다도 훨씬 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최저시급이 너무 올라서 걱정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향해
"최저시급 올려줄 능력도 없는 자영업자는 망하는게 맞지"
했던 사람들
청약당첨돼서 기뻐한 것도 잠시
하루아침에 규제를 얻어맞는 바람에 중도금대출이 안나와서
내집마련의 꿈과 함께 계약금도 날려버려 죽고싶은 사람들에게
"그러게 돈도 없으면서 누가 청약 넣으래?"
하는 사람들
재산세 종부세 폭탄을 못견디고
수십 년 살던 정든 내 동네에서 쫓겨나게 생긴 은퇴자들에게
"세금 낼 능력 없으면 당연히 팔고 나가야지"
하는 사람들
이분들은 스스로 자기가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진보 보수보다 좌파 우파라고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이리 쓰겠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서 늘 부르짖는게 진보인데요
사실상 이분들은 진보는커녕
누구보다 차가운 피를 가진 본 투 자본주의자입니다
도대체 어느 세상 진보가 능력타령 돈타령을 합니까?
진보가 한국와서 참 고생이 많아요....
그뿐 아닙니다
여러분 혹시 요즘 대학생들 어떻게 사는지 아세요?
제가 딱히 뭐 과사무실에 대기업 원서가 쌓여있었다카더라
대학만 나오면 대기업에서 모셔갔다카더라
그런 세대까지는 또 아니지만
그래도 이십년전 제가 새내기였을때만 해도
맨날 수업끝나고 선배들이랑 모여서 술먹는게 일이었어요
제일 큰 관심사는 연애였고요
@선배가 나한테 관심이 있네 없네
이게 제일 큰 고민거리였어요
취업은 뭐 한 3학년 때쯤 돼서나 생각해봤었죠
근데 요즘 애들은요
우리 때처럼 술에 쩔어 살지도 못하고
1학년때부터 학점관리하고 자격증 따느라 정신없어요
심지어 얘네는 연애도 잘 안합니다
페미니즘 영향도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애들이 연애따위 할 여유가 없는거예요
당장 몇년후에 내가 먹고살지 못살지 알수 없는 마당인데
무슨 연애를 합니까
얘네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말 그대로 '내가 먹고 살 수 있을것인가' 예요
근데 이렇게 본인들 젊었을 때보다 열배 백배 열심히 사는 애들이
일자리가 없어 좌절하는데 이분들이 뭐라고 했느냐
"아니 정부가 어떻게 무능력자들까지 다 먹여살려?
그러게 누가 노오력하지 말래~?"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놓고 이 젊은 친구들이 인국공 사태에 분노하니까
바로 호다닥 말을 바꿔서
"아니 그러게 왜 노력을 했어? 노력보단 평등이 먼저지~ 공정사회 안갈거야?"
라고 했지요
악마가 다른게 없어요
이런게 바로 악마입니다
오해가 있을수 있는데 저는 결코 진보를 싫어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없는 사람 편이어야 합니다
윗사람들이 있는 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그런 사회는 있어선 안됩니다
사실 있는 사람들은 걍 냅둬도 계속 잘먹고 잘살거든요
제가 1편부터 말했죠?
정부가 있는 사람 걱정보다는 없는 사람들 걱정하는게 좋은거라고.
그러니까 누군가는 반드시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더라도 없는 사람 편에 서야 해요
그게 진짜 진보예요
그런데 실제 우리 사회의 권력을 잡고 있는 '진보'는 어떤가요?
자기 강남 아파트는 단디 붙들고 재건축 착착 진행시키면서
공부 못하는 자식도 온갖 편법써서 의사 만들어주죠
평생 시민운동 해서 재산이라고는 꼴랑 몇억
심지어 빚밖에 없다는 '청렴한' 사람들이
웬만한 중산층도 힘들어하는 유학은 자식들 턱턱 보내고요
그 자식은 온갖 명품 두르고 댕기구요
기득권을 포기하고 없는 사람 편에 서는 게 아니라
없는 사람을 이용해서 자기 기득권을 창출하고 유지하고 물려주는거에요
이 사람들은 필요하다면 가난 코스프레도 얼마든지 합니다
가난마저도 자기를 치장하는 액세서리로 사용해요
저는 십년 전에 어떤 선거에 나온 사람의 구두 뒤축을 보고 알았습니다
[아 저 사람은 평생 구두가 닳도록 신어 본 적이 없구나]
실제로 구두 뒤축이 닳을 때까지 신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결코 저렇게 너덜너덜거리면서 다니지 않아요
왜냐하면 놀랍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수치심이 있고
나름대로 자존심도 있거든요
내가 어떤 자리에 나가야하는데
가난해서 신을 구두가 다 낡아빠진 그거 하나뿐이라면
어떻게든 슬리퍼라도 끌고 근처 구둣방에 찾아가서
5천원 주고 뒤축 갈아달라 합니다
그 5천원이 없어서 저녁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요
역시나 그 사람은 선거에 당선되고 나서
옥탑방 체험을 한다며 선풍기도 안 놓고 부채질을 해댔어요
그때 프로옥탑방러인 저는 또 알았죠
[아 저 사람은 옥탑방에 살아본 적이 없구나]
사실 이 옥탑방 '체험' 이라는게
실제 옥탑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모욕적인 얘긴지
사람들이 모르는게 저는 신기하더라구요
재벌이 '월급 200만원 체험' 이런거 한다든가
백인이 얼굴 노랗게 칠하고 '동양인체험' 이런거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이게 얼마나 큰 모욕인가
이런식으로 자기가 상상한 가난대로 코스프레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구두뒤축이 다 뜯어져도 신고다닐거같고
책상살 돈도 없어서 문짝 뜯어다 책상대용으로 쓸거 같고
한여름에 옥탑방에서 선풍기도 안놓고 버틸거같고
실제 가난이란건 그런게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도 가난한 대로 그 안에서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합니다
싸구려 신발이나마 뒤축 나가면 어떻게든 고쳐 신고
남이 버린 책상이나마 주워다가 책상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옥탑방에서 선풍기 정도는 켜고 삽니다
아니 사실은 선풍기로 안되고 룸에어콘정도는 켜야돼요
전기세 내다 밥 굶는 한이 있어도요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익어서 죽는 수가 있거든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고 실제로 죽습니다
그 사람의 가난에 대한 인식이란게 그랬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한테
담벼락에 벽화나 그려주면서 '어때 살기좋지^^?' 한 거예요
30년 40년 된 아파트
내진설계따위 돼있을리 만무하니
진도 4짜리 지진만 와도 대참사 확정이고
주차시설 열악해서 이중삼중 주차하다 보니
불나면 바로 세월호 시즌 2 찍게 생겼는데
그런 거는 눈 하나 깜짝 안해요
그러니까 앞으론 아무나 악마로 몰지 마세요
님들이 생각하는 그 '악마' 다주택자들 중에
누가 돈이 뎀비고 마빡에서 돈이 튀어서 집 산 사람 없어요
다들 자바칩 먹고 싶은거 참고 카누에 제티 타묵고
나도 옆집엄마처럼 샤넬빽하나 갖고 싶은거 꾹 참고 에코빽들고
남들 유럽갈때 나는 제주도도 못가면서
차곡차곡 돈 모아 집 산 선량한 이들입니다
[한놈이 몇백채씩 가진 그놈들은 뭐냐!]
네 미분양 떠맡은 건설업자들이요 ㅋ
그니까 제가 뭐시기수첩같은거 보지말라고 했어요 안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요
이쯤에서 마이클 잭슨 대선생의 Black or White를 듣고 가겠습니다
흔히 이 곡을 흑인과 백인간의 인종적 갈등 완화를 노래한 것이라 알고 있으나
그것은 마선생을 심히 과소평가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곡의 숨겨진 의미는 바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에 있읍니다
흑묘백묘론이란 무엇이냐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잡으면 그만이다
즉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이말입니다
부디 고양이 색깔론에서 빠져나와서
어느 고양이가 쥐를 잘잡는 놈인지
즉 어떤 놈이 일을 잘하는 놈인지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라 하겠읍니다
올해로 마이클 선생 타계 11주기
마선생의 혜안은 동서고금 두루 미치지 아니하는 바가 없읍니다
노래 들으시고 밑에 마저 읽어주세요
마지막으로 뭐 다 아시겠지만 식중독은 걍 얘기일뿐
저희집 남자는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입니다
안물안궁하시겠지만 저희집 남자랑은 소싯적에 캠퍼스에서 만났는데요
즉 저의 리즈시절이었다 이말입니다
날씬하고 예쁜 여자는 누구든 사랑하기가 쉽지요
하지만 애 낳고 푹 퍼진 아줌마가 돼도
그때와 똑같이 예뻐하고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부디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ps. 딱히 제 남편이 이거 보고있어서 하는말은 아닙니다
[출처] 정부가 집값을 '안'잡는 이유 - 7편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삼호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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