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사라진 이유
(220902)엄마는 반드시 돌아온다! - 오건영 -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그거죠. 그렇게 많은 유동성이 풀려있는데, 그게 자산 가격을 떠받치는 힘이 되어야 하는데, 왜 주식이나 채권 시장이 이렇게 부진한지 모르겠다.. 라는 겁니다. 유동성이라는 것은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에서 풀려나오면서 시중에 돌기 시작하구요, 그리고 대출이나 투자의 형태를 통해서 시중에 빠르게 돌곤 합니다.
이런 유동성들은 기본적으로 아무리 작은 수익이라도 먹을 것이 있는 곳에 몰리곤 하죠. 수익이 적어도 괜챦습니다. 규모가 커져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덩치로 조금씩 먹으면 총액으로는 상당한 수익이 되겠죠. 조달 금리, 즉 대출을 받아서 쏟아져나오는 금리가 중요한데요, 이 금리가 낮을수록 유리할 겁니다. 다만,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아무리 제로 금리라고 해도 손실이 날 것 같다고 하면 정말 빠른 속도로 숨어버리게 됩니다.
지난 번에 강화도에 갯벌 체험 간 얘기를 해드렸죠. 갯벌 체험을 위해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는데요, 정말 게가 많더군요.. 마음이 아이들처럼 설레었습니다. 그런데요.. 정말 놀란 것이 경운기에서 땅으로 한 발 내딛자 정말 거짓말처럼 그 게들이 사라져버리더군요. 네.. 모조리 숨어버린 겁니다. 그렇게 많은 게들이 어디로 갔는가.. 게가 그렇게 많이 풀렸는데.. 네.. 잡힐 것 같으면.. 손실을 볼 것 같으면 정말 빛의 속도로 숨어버립니다.
그런데 조금 더 신기한 경험은 조개를 캐려고 웅크리고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면 한마리도 없던 게들이.. 웅크린 상태에서 살짝 뒤를 힐끔 보면 또 미친 듯이 많습니다. 네.. 자기들을 잡으려는 사람이 멍때리고 있으면.. 리스크가 없으면 언제든 기어나오게 되죠. ‘게’라는 단어에 ‘유동성’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아마 대충 이해가 되실 겁니다. 리스크가 크다라고 생각하면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많던 유동성이 전부 숨어있는 거겠죠. 그리고 그들을 숨게 만드는 사람을 바로 ‘매파적인 연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사람이 멍때리고 있으면… 그리고 잡지 않으려는 스탠스를 취하면 정말 득달처럼 기어나오게 되죠.
FOMC 트레이딩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봅니다. 지난 해 8월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을 연준이 선언한 이후 연준은 시장의 기대보다 조금 더 긴축적인 스탠스를 취해왔죠. “조금 더”라는 단어에 집중하지 마시구요.. “시장의 기대보다”라는 단어를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강한 긴축에 시장이 익숙해지면… 시장의 기대가 거기에 머물게 되죠.. 그럼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게 해줍니다. 네.. 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 번 더 깨주는 모습이죠. 이러니 연준이 제대로 움직인다고 하면 싸악 숨어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갯벌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가면.. 혹은 조개를 캐느라 게를 잡을 의지가 없다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야죠. FOMC 직전까지 잔뜩 긴장하던 시장은 FOMC에서 강한 긴축을 선언하면 어김없이 튀어올랐답니다. 1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마자 환호했구요.. 3월에는 25bp인상에 웰컴~ 소리를 지르면서 이례적인 나스닥의 반등을 만들었죠. 5월에 50bp인상했을 때는 2일 정도의 급반등을 만들었고… 6,7월에는 75bp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6월 16일 이후 8월 중순까지 정말 이례적인 반등장을 만들어냈죠. 다 끝나간다.. 이제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인다고 하면… 더 빨리 나와서… 다른 게들이 숨어있을 때 더 빨리 기어나와서 갯벌에 널려있는 플랑크톤이라는 먹이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찍 나오는 게가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문제는 모든 게가 일찍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이 집에 돌아가기 전에도 너무나 많은 게가 돌아다니는 겁니다. 그럼 저같이 정신연령이 아이 같은 스타일들은 게가 지천에 깔렸으니 팔 걷어붙이고 집에 안가고 좀 더 잡으려하지 않을까요.
하나 더 말씀드려봅니다. 게가 자신들의 집에 계속 숨어있지 않고 기를 쓰고 기어나오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요? 네.. 답답한 것도 있겠지만 갯벌 전체에 널려있는 먹이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요.. 만약 게들이 숨어있는 곳에 상당히 많은 먹을 것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안전한 곳에 더 많은 밥이 있다면 아무래도 더 자극적인 것을 주지 않는 이상 좀처럼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어나오려 하지 않을 겁니다. 이 얘기를 왜 하느냐구요… 지금 은행에 가시면 1년 정기예금 금리를 3.5% 정도 줍니다. 안전한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3.5개의 먹이가 있는 거죠. 그런데요.. 혹시 1년 반 전… 2021년 초반의 금리를 기억하시나요? 네.. 1.0%였습니다. 보금자리에 1개의 먹이가 있는 겁니다. 3.5개가 있는 것과 1개가 있는 것… 같을까요.. 다를까요.. 안전한 곳에 먹을 것이 꽤 있다면 3.5%보다 더 자극적인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면 빠르게 기어나오지 못할 겁니다.
갯벌 전체라고 해도 그 많은 게가 함께 먹는다면 먹을 게 제한될 겁니다. 그럼 먼저 튀어나와서.. 다른 게들이 숨어있을 때 독식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다만 이 경우 더 오랫동안 머물 것이라는 이른 바 변심(?)을 한 사람에게 잡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연준은 얘기하죠.. 내년까지 4% 혹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한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라구요.. 네.. 유동성은 너무 많은데요… 매파적인 연준이라는 사람이 더 오래 남아있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보금자리에 짱박혀있는데 예전보다 더 많은 먹이가 있다는 안락함.. 이 둘이 붙으면서 계속 숨어있는 겁니다.
오늘 시장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 다시 업사이드를 기대할 게 많아집니다. 그만큼 기대도 커지게 되겠죠. 그렇지만 매파 연준이 두렵습니다. 과거 케이스를 보면 이렇게 떨어질 때 사야 하는데.. 연준이 무서운 거죠... 연준이 지금은 저래도.. 저렇게 설치는 것도 “일시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달려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이 이렇게 흔들리는데 연준이 형이 반드시 마음을 바꾸실 것이라고… 장난감 사달라고 땡깡부리니까 쇼핑몰 한 복판에 나를 버리고 간 엄마는 어딘가에 숨어있지만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가는 거죠. “엄마는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심리와 “Don’t Fight the Fed!”의 싸움.. 귀추가 주목되네요.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주말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